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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몫 / 최은영 8-90년대 운동권의 성지인 인사동의 한 주점에서 알바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비가 오는 날이면 여지없이 사장님은 김민기의 기지촌이라는 음악을 틀었다. 김민기의 조곤조곤한 목소리와 낮게 깔리는 기타 소리가 참 좋았던 곡으로 기억한다. 사장님은 나에게 기지촌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를 건넸다. 주요 골자는 '미군 나쁜 놈들'이었고, 그래서 그 기지촌 여성들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살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들을 수 없었다. 사장님은 페미니스트를 싫어했다. 1번 방에 온 사장님과 비슷한 또래의 손님들이 페미니스트 굿즈를 나눠 갖는 걸 보시곤, 옛날부터 페미니스트 애들은 피곤하다고 했다. 문제의 본질을 흐린다고 말했다. 진짜 중요한 것은 말하지 않고 예민하게 군다고 했다. 소설에는 세 명의 여성이 등장한다. 96년.. 더보기
오래된 미래 /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라다크 여행을 갔을 때, 들고간 딱 한 권은 이 책이었다. 레에 있는 랍양 게스트하우스에 머물면서 이 책을 다 읽었고, 앞 장에 다음 여행객을 위한 편지를 남겨 그곳에 책을 두고 왔다. 누군가가 이 책을 읽었을까? 양첸이 끓여주던 야채 수프와, 랍양과 공놀이를 하며 뛰어놀던 공터, 고산병으로 힘들어하는 나에게 "BE BRAVE!" 라고 말해주던 푼촉. 모두 보고 싶다. 언젠가 나는 열 시간 동안이나 계속 편지를 쓴 적이 있었다. 너무 지치고 스트레스가 쌓여 두통이 생길 정도였다. 그날 저녁, 내가 머물던 집 식구들에게 너무 일을 많이 해서 피곤하다고 이야기했더니 그들은 웃고 말았다. 내가 농담을 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들의 눈에는 내가 일을 한 것이 아니었다. 책상 앞에 편안하게 앉아서 종이 위에 펜으.. 더보기
시민 쿠데타 / 엘리사 레위스, 로맹 슬리틴 시민 쿠데타 국내도서 저자 : 엘리사 레위스,로맹 슬리틴 / 임상훈역 출판 : 아르테(arte) 2017.04.17 상세보기 2018.0525 읽음 책모임 북서울 첫 책이었다. 북서울 이야기 -> 2년 간 전세계에 걸쳐 일반 시민, 해커, 지역 의원 등 80명에 가까운 민주주의 실험가들을 만나 취재한 결과물을 담은 이야기입니다. 스페인의 포데모스당, 프랑스의 나의 목소리 실험 등 다양한 민주주의 실험 이야기를 엿볼 수 있었던 책이었습니당. 개인적으로는 '액체 민주주의', 네트워크와 블록체인 파트가 인상적이어서 블록체인 기술에 관심도를 급 높일 수 있었던 시간이었어요 . 3인의 책수다는 이런 다양한 민주주의 실험에 대한 소회부터, 우리나라 사례와의 비교, 문재인과 트럼프 이야기...로 출발해 우리는 뭐먹고.. 더보기
눈이 아닌 것으로도 읽은 기분 / 요조 눈이 아닌 것으로도 읽은 기분 국내도서 저자 : 요조(Yozoh) 출판 : 난다 2017.12.30 상세보기 2018.04.29 읽음 내가 읽은 책도 몇 권 있었고, 여전히 요조님의 글이 즐거워 반갑게 읽었다. 아래 책들은 그 중에서도 읽어보고 싶단 생각이 든 책들. 하나씩 만져봐야지. 이 책을 읽은 뒤에, 어서 다시 책모임을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북서울을 만들었다. 또, 나도 그냥 내 맘대로 책일기를 써봐야겠다 생각했고 베어에 쌓아두었다. 소리내어 읽는 즐거움 - 정여울 헌법의 상상력 - 사계절 고통과 환희의 순간들 - 프랑수아즈 사강 나의 아름다운 정원 - 심윤경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 - 김민식 💞어른이 되어 더 큰 혼란이 시작되었다 - 이다혜 시민 쿠데타 - 엘리사 레위스/로맹 슬리틴 하루의 설계.. 더보기
소설처럼 / 다니엘 페나크 소설처럼 국내도서 저자 : 다니엘 페낙(Daniel Pennac) / 이정임역 출판 : 문학과지성사 2004.04.20 상세보기 2018.04 읽음 0. 팟캐스트 '책 이게 뭐라고'에서, 요조 '눈이 아닌 것으로도 읽는 기분' 소개를 듣다가 궁금해서 읽어본 책 1. 아이가 맨 먼저 배우는 것은 책일기가 아니라, 책 읽는 시늉일 뿐이다. 그러한 아이의 자기 과시는 학습에 다소 도움이 될지 모르겠으나, 우선은 어른들을 기쁘게 함으로써 스스로 안도감을 찾으려는 행동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려고도 인정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2. 처음에 아이는 자신 없는 목소리로 두 음절을 더듬더듬 읊어본다. "마-망." 그러다 갑자기 큰 소리로 외친다. "마망!" 그 환희의 외침이야말로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놀라운 지적 항.. 더보기
5년 만에 신혼 여행 / 장강명 5년 만에 신혼여행 국내도서 저자 : 장강명 출판 : 한겨레출판 2016.08.18 상세보기 작년 온라인 선공개 했을 때 신나게 읽었었는데, 정작 본 책은 끝까지 읽지 못했던 장강명의 첫번째 에세이! 책방 모임 때 우연히, 고요서사에서 장강명 책을 보았고 같이 간 C 와 장강명 찬양을 하다가 이 책이 불현듯 떠올라 빌렸다. 그리고 빠르게 읽어나갔다. 나의 고민에 실마리를 주기도 했고, 위로가 되기도 했고, O의 말처럼 덕분에 덜 외로워지기도 했다. 1. 그러나 애완 인간이었다. 희고 고운 피부 아래, 순하고 눈망울이 여린, 바들바들 떨고 있는 소형견이 들어 있었다. 그런 애완 인간임이 분명한 변호사도 한 명 안다. 스펙은 좋지만 속은 비어 있다. 자기 인생을 살지 못하는 인간들이다. 신자유주의가 어쩌고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