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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book lover

오래된 미래 /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라다크 여행을 갔을 때, 들고간 딱 한 권은 이 책이었다. 레에 있는 랍양 게스트하우스에 머물면서 이 책을 다 읽었고, 앞 장에 다음 여행객을 위한 편지를 남겨 그곳에 책을 두고 왔다. 누군가가 이 책을 읽었을까? 양첸이 끓여주던 야채 수프와, 랍양과 공놀이를 하며 뛰어놀던 공터, 고산병으로 힘들어하는 나에게 "BE BRAVE!" 라고 말해주던 푼촉. 모두 보고 싶다.

 


  • 언젠가 나는 열 시간 동안이나 계속 편지를 쓴 적이 있었다. 너무 지치고 스트레스가 쌓여 두통이 생길 정도였다. 그날 저녁, 내가 머물던 집 식구들에게 너무 일을 많이 해서 피곤하다고 이야기했더니 그들은 웃고 말았다. 내가 농담을 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들의 눈에는 내가 일을 한 것이 아니었다. 책상 앞에 편안하게 앉아서 종이 위에 펜으로 글씨를 썼던 것뿐이었다. 이마에 땀이 나지도 않았으니말이다. 그것은 일이 아니었다. 라다크 사람들은 서구사회의 꽤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스트레스나 지루함, 좌절감 같은 것을 경험한 적이 없었다. (188쪽)

 

  • 라다크 사람은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의 전후 맥락을 더욱 중시하게 된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영어의 ‘Be 동사’에 해당하는 라다크어인데,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특히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주체에 대한 상대적인 친밀도에 따라 스무 가지도 넘게 변형될 수 있다는 점이다. 서양 사람들과는 달리 그들은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 경험한 것에 대해 말하는 때에도 우리처럼 분류하거나 판단하려는 대신 매우 신중한 모습을 보인다. 좋은 것과 나쁜 것, 빠른 것과 느린 것, 그리고 이곳이나 저곳은 분명하게 구별되는 다른 성질의 것들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라다크 사람들은 정신과 육체 혹은 이성과 직관을 근본적인 대립의 관계로 보지 않을 것이다. 라다크 사람들은 ‘샘바samba’라 부르는 관념, 번역을 하자면 ‘마음과 정신 사이의 연결’을 통해 이 세상을 경험한다. 이것은 지혜와 자비심이 분리될 수 없다는 불교의 가르침을 반영하고 있다. (170쪽)

 

  • 우리가 영양에 대해 알고 있는 옳고 그름의 절대적인 기준이 실제로는 그렇게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차츰 깨닫게 되는 것처럼 운동량이나 스트레스 정도 같은 여러 가지 요인들의 영향을 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사람의 몸에 어떤 영양분이 어느 정도 필요한지를 결정하는 요인은 그 사람이 살고 있는 지역의 환경 상황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 것이어서 몸이 필요로 하는 영양소는 그 지역에서 나는 음식들과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99쪽)

 

  • 만일 당신이 긴 여행을 떠나려는 순간 비가 쏟아진다 해도 굳이 참담한 느낌을 가질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당신이 그런 것을 좋아하지는 않겠지만 라다크 사람들은 그런 경우 ‘굳이 불행하다고 생각할 이유는 없어요’라는 반응을 보이리라는 것은 알아둘 필요가 있다.(179쪽)

 

  • 결과적으로 사람들이 자신과 다른 사람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변화가 생겨났다. 또한 그런 식으로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은 정서적인 측면에서 당사자에게 큰 충격이 되었다. 사회적으로 ‘열등한 부류’로 비춰진 농부들과 여성들은 안정감과 자신감을 점점 더 잃어버리고 만다.(236쪽)

 

  • 라다크 사람들 사이에 나이 들어간다는 것은 자연계 순환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여진다. 죽음도 마찬가지다. 내가 처음 사귀었던 라다크 친구들을 오랜만에 다시 만났을 때 그들은 ‘지난 번 보다 더 나이 들어 보여요’라는 식으로 말할 것이다. 그것은 겨울이 지나 봄이 왔다는 등의 자연현상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처럼 현상 그 자체를 스스럼없이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들은 내가 나이 들었다는 말을 싫어한다고 생가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또 라다크 사람들은 세월이 흘러가는 데 대한 두려움 속에서 살아갈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있어 삶의 과정과 각각의 시기들은 그 나름대로의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24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