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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 읽음 0. 팟캐스트 '책 이게 뭐라고'에서, 요조 '눈이 아닌 것으로도 읽는 기분' 소개를 듣다가 궁금해서 읽어본 책
1. 아이가 맨 먼저 배우는 것은 책일기가 아니라, 책 읽는 시늉일 뿐이다. 그러한 아이의 자기 과시는 학습에 다소 도움이 될지 모르겠으나, 우선은 어른들을 기쁘게 함으로써 스스로 안도감을 찾으려는 행동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려고도 인정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2. 처음에 아이는 자신 없는 목소리로 두 음절을 더듬더듬 읊어본다. "마-망."
그러다 갑자기 큰 소리로 외친다.
"마망!"
그 환희의 외침이야말로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놀라운 지적 항해의 결실이요, 달 표면에 내디딘 첫발자국만큼이나 거대한 도약이다. 아무렇게나 그어지는 한 획 한 획이 모여 무한한 감정을 담고 있는 하나의 의미로 바뀐 것이다! 다닥다닥 붙은 다리와 동그라미, 괼들이 모여서 ······ '마망'이 되었다. 아이의 눈앞에 있는 엄마라는 글자가 아이의 마음속에서 새로이 깨어난 거싱다. 그것은 더 이상 음절과 음절로 이루어진 한낱 단어나 개념이 아니라, 단 하나의 엄마, 자기만의 엄마가 되어 사실에 충실한 그 어떤 사진보다도 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다. 그사이에 무슨 마술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인가. 동그라미와 다리와 고리들이 느닷없이 - 그리고 영원히 - 그저 단순한 기호이기를, 무의미이기를 그치고, 바로 엄마라는 존재가, 엄마의 목소리, 내음, 손길이, 엄마의 품이, 엄마를 이루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세세한 것이 되어버린 것이다. 아이에게는 너무나 절대적이지만, 또 한편 공책의 칸을 따라 그어진 선들과는 너무나도 무관한 엄마의 모든 것이 사방으로 둘러쳐진 벽을 넘어 교실로, 아이의 마음속으로 스며든다.
그렇다면 그건 더도 덜도 아닌, 마법의 돌이랄 수밖에. 아이는 방금 마법의 돌을 발견한 것이다.
(50-51p.)
대체 어디에서 훔쳐낸단 말인가? 굳이 말하자면, 살아가기 위해 치러야 하는 의무의 시간들에서이다. 그 ‘삶의 의무’의 닳고 닳은 상징물인 지하철이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도서관이 된 것은 아마도 그런 이유에서 일 것 이다.
4. 독서에 관한 한, 우리 독자들은 스스로 모든 권리를 허용한다. 우리가 소위 독서지도를 한다면서 청소년들에게는 일체 허용하지 않았던 권리들을 비롯해서 말이다. (188p.)
- 건너뛰며 읽을 권리 때로는 절대로 대충대충 건너뛰는 일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찬찬히 훝을 요량으로 마음을 단단히 다잡고 책을 읽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면 이 부분에서는 작가가 장황한 설명을 한정없이 늘어놓는다든가, 또 저 부분에서는 작가가 뜬금없이 웬 플루트 소곡을 멋들어지게 연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여기서는 했던 말을 계속 되풀이만 하고 있다든가, 저기서는 말도 안되는 헛소리를 늘어놓는다는 인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가 어떻게 말하든, 우리 스스로 자청한 이런 식의 고집스런 권태는 결코 의무의 차원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독자가 누리는 즐거움의 일환인 것이
- 끝까지 읽지 않을 권리
- 다시 읽을 권리
- 아무 책이나 읽을 권리
- 보바리즘을 누릴 권리
- 아무 데서나 읽을 권리
- 군데군데 골라 읽을 권리
- 소리내서 읽을 권리
- 읽고나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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