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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book lover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 김정선

[첫 번째 물음] 어떻게 문장을 다듬는지 읽어보았으니 우리가 직접 문장을 고쳐봅시다. 여태껏 자신이 만들어냈던 에세이 중에 하나를 고릅니다. 그리고 그 에세이의 문항 중 하나를 정해서 문장을 고쳐보는겁니다. 그리고 고치면서 느꼈던 점까지!(소감은 아주 짧아도 상관없습니다) 물론 책에서 읽었던 수 많은 조언들을 반영하면 좋겠죠?

(차이를 알 수 있도록 수정 전 문장과 후의 문장을 동시에 올려주세요.)                                                                                                          

수정 전 :

 

작년 나는 나의 고도는 없다고 썼다. 사랑이 아니었다면 그 무엇도 기다리지 않았을거라고 했다. 그럼 지금은 어떨까. 나는 무언가를 그토록 기다리고 있을까. 나는 아마 어떤 계시같은 걸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하늘의 계시. 나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 하늘의 계시같은 것. 가만히 앉아 기다린다고 계시가 온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래서 자꾸 움직이고, 최근엔 에너지 넘치는 사람을 만나 나도 함께 에너지를 받고있다. 나에게 올 하늘의 계시는,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이 바라는 고도와는 다른 것 같다. 그들이 바라는 고도는, 그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주고, 따뜻한 방을 줄 어떤 구원자이다. 하지만 나에게 고도는, 그러니까 계시는 조금 다르다. 나는 그 계시가 날 힘들게 만들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맛있는 음식과 따뜻한 방 만을 주는 것은 계시가 아니다. 고도가 아니다. 그 계시가 다가올 날, 나는 지금껏 쌓아온 나의 세상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을지도 모르고, 그래서 어디론가 사라져버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상관없다. 그렇게 이름없는 '나'가 되더라도, 그 길이 참된 길이었다면 나의 고도에 따른 길이었다면 이름없는 '나'가 되는것 따위 무섭지 않다.

 

 

수정 후 :

 

작년 나는 나의 '고도'는 없다고 썼다. 사랑이 아니었다면 무엇도 기다리지 않을거라 했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떨까. 나는 무엇을 기다리고 있을까. 나는 어떤 계시를 기다리고 있다. 나의 삶을 송두리 째 뒤흔들 하늘의 계시. 그 계시는 가만히 앉아 기다리는 이에게는 찾아오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자꾸 움직인다. 최근에는 에너지 넘치는 사람을 만났고 그와 함께 에너지를 받는다. 나에게 올 하늘의 계시는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이 기다리는 '고도'와는 다르다. 그들이 바라는 '고도'는 그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주고, 따뜻한 방을 줄 구원자이다. 하지만 나에게 고도는, 그러니까 '계시'는 조금 다르다. 나는 그 계시가 날 힘들게 만들 거라 생각한다. 나에게 맛있는 음식과 따뜻한 방을 주는 것은 계시가 아니다. 고도가 아니다. 그 계시가 다가올 날 나는 지금껏 쌓아온 나의 세상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을지도 모르고 그래서 어디론가 사라져버릴지도 모른다. 그런건 상관없다. 그렇게 이름없는 '나'가 되더라도, 그 길이 참된 길이었다면 나의 고도에 따른 길이었다면 이름없는 '나'가 되는것 따위 무섭지 않다.

 

 

'그','어떤',',(쉼표)'를 유난히 많이 쓴다. '하지만','그래서','그리고' 같은 접속부사들도 많이 쓴다. 다 빼버리고 싶지만 어찌 문장을 연결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아서 '그', '어떤', '쉼표'만 생략해보았다. '-것 같다'라는 표현도 많이 쓴다. 이건 정말 안 쓰고 싶어서 문장을 쓸 때마다 경계하는데도 이 문장엔 유독 많다. 다 지워버렸다. 내 생각을 말하는 데 '-것 같다'라니. 이 표현은 정말 쓰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깔끔한 문장을 쓰고싶다.      

 

 

[두 번째 물음] 책 속에는 수많은 글쓰기 매뉴얼들이 등장합니다. 그 중에서 시간이 흘러도 잊지 않고 자신의 글쓰기에 유용하게 써먹고 싶은 것이 있다면 어떤게 있을까요? 그리고 왜요?

 

딱 하나의 기술! 이랄 것이 기억에 남지는 않는다. 단지 내 문장을 쓰고나서 계속 돌아보고 들여다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것, 그것이 나의 글쓰기에 이 책이 준 선물이다.  

 

 

[세 번째 물음] 우리는 책을 읽으면 꼭 글을 씁니다. 적어도 수북 안에서는 그래야하죠. 그 글은 일기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보여지는 글을 써야할 때 당신은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나요? 무엇이 가장 신경 쓰이나요?

 

글의 전체적인 구조에 가장 많은 신경이 쓰인다. 수북에서 에세이를 쓸 때에는 물음에 맞춰 답을 하면되니 비교적 쉽다. 물음에 맞추어 글을 쓰는 것이 아닌 경우 그러니까 주제나 키워드만 정해져 있는 경우에는 글의 구조에 가장 큰 공을 들인다. 이 문장으로 시작해서 이 문장으로 넘어가고, 다시 이 문장으로 끝나는 어떤 구조. 틀. 그것이 나의 글쓰기에 가장 중요한 요소다. 또 요즘엔 글에서 '나'를 빼고, 거리두는 연습을 하고 있다. 전엔 '나'를 담뿍 담은 글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지만 때론 '나'를 빼고 글과 나의 거리가 존재하는 글을 쓸 줄 아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네 번째 물음] 저는 이 책이 참 좋았습니다. 당신도 그랬나요? 책 전반에 대한 소감을 적어주세요. 책 일부에 대한 소감도 괜찮습니다.(길게 쓰지 않아도 돼요) 예컨대 ‘책 표지가 마음에 드네요.’, ‘책 사이즈가 딱임.’, ‘글씨가 커서 좋았다.’ 등등.

 

재미있었다. 교정을 다룬 책이라 잘 읽히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생각보다 술술 읽혀 신기했다. 중간 중간의 소설도 재미있었다. 사실 나도 에세인줄 알았는데 째깍째깍의 글을 보고 알았다 소설인걸... 글씨가 컸나? 그건 모르겠는데. 뭔가 한 권 사다 놓고, 글 쓸때마다 들춰보고 싶은 책이기도 했다. 작년 말에 유시민이 쓴 글쓰기 책을 읽고나서 못난 문장을 쓰지 않으리라 결심하고 이오덕의 우리글쓰기를 읽으며 한자 문장이나 영어문장 등은 최대한 쓰지 않으려고 노력해왔는데 이 책을 읽고나니, 군더더기만 없어도 자연스러운 문장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듯해 마음이 가벼워졌다.  



출처: http://soobooksoobook.tistory.com/65 [수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