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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book lover

표백 / 장강명


표백 - 2011년 제16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국내도서
저자 : 장강명
출판 : 한겨레출판 2011.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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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표백>을 다 읽고 든 생각은 우선 '불편하다'였다.

‘표백세대’라는 개념은 그리 특별할 건 없는 것이었다. 용어만 달랐지, 흔히 사는 게 힘겨워 징징거릴 때 하게 되는 표현이니까 말이다. '내가 열심히 해봤자, 세상엔 다 정해진 게 있어 제길!' 어쨌든, ‘표백세대’에 에 맞서는 대응이랄 게, '자살'이라니... 숨이 턱 막히고 화가 스멀스멀 올랐다. 세연이 무지막지한 엘리트 주의자에 오만한 여자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하지만 나에겐 넌 엘리트주의자야! 이 오만한 게! 라는 말 말고는 딱히 반박할 이야기가 없었다. 그저 나는 공동체가 좋아. 사람들과 함께 변화를 일으키고 싶어. 그런 삶도 있는 거야. 너는 이런 삶을 살아보곤 죽겠다 이야기하니? 라는 의미 없는 주장들만 떠오를 뿐이었다. 그러다 한 칼럼을 읽게 되었다. 칼럼을 쓴 그는 세연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표백사회‘에, '자살'이라는 자극적인 행위에 집중되어 잊고 있던 그녀, 어쩌면 가장 많이 언급되고 가장 중요한 인물인 '세연'이 왜 그런 행동을 해야만 했는지, 그녀는 진정 신이 되고 싶었던 것인지 아니면 그마저도 표백사회의 희생양일 뿐인 것인지. '표백 사회', 그리고 그 사회를 살아가는 '나'는 표백사회를 말한 '세연'에게 더 집중해보고 싶다. 대화 속에서, 잡기에서, 또 '와이두유리브닷컴'에서 끝없이 회자되는 그녀. 그녀의 죽음 이전은 처참했다. 그러나 나름대로 계획에 맞게 흘러가는 죽음 이후의 세계는 왠지 그 모든 것을 계획한 그녀로부터 동떨어져 있다. 그렇다면 세연에 대하 질문은 마땅히 그녀의 죽음 이전을 향해야 할 것이다. 죽음 이전의 세연은 무엇이었을까.


2.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언젠가도 말했듯 9살 때, 나는 이미 한 번 죽었다. 그 뒤로도 몇 번의 자살시도를 했었고 그것은 그다지 특별하거나 심각한 문제는 아니었다. 매 순간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 그렇기에 그것은 두려움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기대감이다. 사회로부터의 도피라기보다는 새로운 사회로의 여행이다. 아직까지 나에게 죽음은 그러한 의미를 지닐 뿐이다.

 

3.

세연은 이 사회와 맞서려 한 것이 아니다. 이 책이 어떻게 끝맺음이 되는지 기억하는가? 하나의 기사로 마무리된다. 그 기사는 표백세대의 자살과 세연과 세화 자매, 그리고 그 제자들의 ‘와이두유리브닷컴’의 적잖은 흥행을 간단히 수치화 하여 보여준다. ‘인구 10만 명당 사망자수(자살 사망률)는 (...) 전년보다 1.1명 더’ 증가한 정도로, 혹은 ‘OECD 평균의 5배가 넘는’ ‘60세 이상의 자살률’(337p.) 에 묻히는 정도로 끝맺음 되고 있다. 그러니 세연은 사회가 변화는 것 따위엔 관심이 없었고 그저 그녀 개인의 선택만 있었을 뿐이다. 하지만 나는 항상 사회가 변화길 꿈꾸고 그것이 나의 모든 삶의 목표로 두고 있으니 내가 바라는 사회를 말하자면, 당사자들이 원하는 것을 알 수 있고 그것의 변화를 꿈꿀 수 있는 사회. 그래서 다양한 것들이 용인되는 사회, 결국 표백된 사람보다 다양한 색을 지닌 사람이 더 인정 받는 그런 사회를 꿈꾼다.


4.

사회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길 바라고, 그러면서 음악을 소홀히 듣지 않길, 책을 많이 읽고 영화를 많이 보면서 생각을 끊임없이 하길.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시간을 갖길. 그러면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여러 문제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창조해내길. 이런 사람이 되려면 종합 예술가가 되어야겠지 아마도. 경제적으로 생각하면, 내가 주체가 되는 회사(사회적 기업이든, 주식회사이든, 협동조합이든 간에)가 있고, 그 회사를 잘 이끌어 낼 수 있는, 사회의 문제의 핵심을 뚫는, 그러면서도 단발적인 것이 아닌 지속적인 관계 속에서 이를 길게 이어나가는 직업을 갖고 싶다. 갖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5.

한 인물에 대한 미움으로 좋은 책을 바로 보지 못하던 나를 바로세워준 고마운 칼럼.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김벼리/청년칼럼/신과 인간, 그리고 비틀린 희생양

http://ibd.or.kr/index.php?mid=comm&category=3216&document_srl=63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