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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book lover

혼자 못사는 것도 재주 / 우치다 타츠루

발제의도

 

공적인 것은 워낙 강고하기 때문에 아무리 비판해도 상관없을 뿐 아니라, 도리어 무자비하게 비판을 가함으로써 공적인 것은 점점 더 강고하고 효율적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낙관적 견해입니다.

솔직히 말해 나는 이러한 낙관의 근거를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어째서 그렇게 속 편하게 생각할 수 있을까요? 어쩌면 이런 사람들은 공적인 시스템을 책임지는 전문가가 어딘가 있어서 그 사람한테 개선책을 요구할 작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확실히 못을 박아두지만, 그런 사람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연금제도가 위태로워진 가장 큰 이유는 사회보험청의 공무원 자신이 연금제도는 워낙 탄탄하기 때문에 여기에서 돈을 꺼내 아무리 흥청망청 써버려도 괜찮을 거라 낙관했기 때문에 이런 지격까지 오게 된 것입니다.”

제도를 붕괴시킨 원인이 바로 이 근거 없는 낙관에 있는데 사람들은 오로지 비판의 말만 쏟아냄으로써 이를 재생산하고 있다는 사실에는 생각이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냉정하게 생각을 더듬어보면 아시겠지만, 우리 사회의 다양한 시스템을 기능 마비로 몰아넣는 것은 제대로 일을 해주는 사람이 어딘가 있을 것이라는 근거 없는 낙관입니다.

누군가 잘 알아서 시스템을 관리해줄 것이다(그러니까 나는 안 해도 된다)” 하는 주인의식의 결여가 낙관을 불러오고, 그것이 시스템의 구조적인 파탄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주인의식이 없는 사람들이 제도 개선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불평하는 일 뿐입니다.

본인은 좋은 일을 하려는 생각이겠지요. 시민으로서 귀찮은 의무를 다하고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불평을 토로하면 누군가가 어떻게든 해줄 테니까요.

하지만 이러한 낙관적인 태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실은 꽤나 오래전부터 있었던 일입니다(이런 말을 듣고 안심하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

사회질서에 대한 비판이 생산적이기 위해서는 왜 그러냐고 비판을 받아줄 당사자가 필요하니까요. 당연한 일입니다만.

비판을 받을 때 미안하네, 어떻게든 해보겠네하는 것이 자기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일정 정도 없으면, 사회질서는 유지되지 않습니다. 비판이 생산적이기 위해서는 비판을 곧바로 받아들여 면목 없습니다. 조치하겠습니다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점은 양보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현행의 사회질서를 원활하게 기능하도록 하고, 비판을 받아들여 이를 개선하는 것이 자기의 임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일정 수 확보할 것인가? 이것이 이 책을 통해 내가 달성하고자 하는 정치적 목표입니다.

물론 사회 전원이 그렇게 될 필요는 없습니다.(언제까지나 비판적이고 싶다는 사람은 마음대로 하시면 됩니다). 실은 상식적인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아도 괜찮기 때문입니다. 가능하면 20%, 하다못해 사회 성원의 15%정도가 공적인 것을 지키는 것이 자신의 할 일이라고 상식적으로생각해 준다면, 그것으로 사회질서는 충분히 기능할 것입니다. 경험적으로 말하면 다섯 명 중 한 명이라도 제대로 된 어른이 있다면, 그 사회는 어떻게든 굴러가게 되어 있습니다. 다섯 명 중 두 명이 어른이 아니면 움직이지 않는 시스템은 제도의 설계 자체가 잘못입니다.

 

 

-

이 책으로 발제를 하게 된 가장 큰 계기는 바로 이 머리말에 있었다.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거나, 하는 것은 이미 불가능하다고 볼 때 내가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인가. 라는 고민은 언젠가부터 나를 끊임없이 따라다니던 질문이었다. 우치다 선생의 머리말을 읽으며, 똘레랑스 학우들과 이 책을 놓고 토론하면서 다섯 명 중에 한 명이라도, 제대로 된 어른이 되었으면 하는 작은(아니 큰) 바람을 가졌던 것 같다. 나는 고민하며 살고 싶고 나의 고민을 다른 사람과 함께 나누며 살고 싶다. 주변 한 명 한 명 물들여 가며, 제대로 굴러가는 사회를 만들어나가고 싶다. 그것이 나의 꿈이자 내가 일하는 이유이다.

오늘 토론도 우리 모두가 제대로 된 어른이 되는 하나의 과정이길 바란다.



1

일본의 길을 갈 것인가.

- 책에 대한 소감

- 일본의 길을 갈 것인가

 

2

왜 일해야 하는가.

- 우치다 타츠루의 창조적 노동자주장을 비판 혹은 옹호해보기

내부적 : 각자의 구직동기와 노동동기

외부적 : ‘젋은이세대론 비판적 시각

 

3

언론을 얼마나 믿는가.

- 각자의 매스컴 리터러시

- 신뢰하는 / 하지 않는 매스컴

 

4

함께가 될 수 있을까.

- ‘사랑하기 : ‘를 똑바로 보기

- 함께 사는 것, ‘공생가능성



-

토론을 끝내고, 어떤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던가. 몇달이나 지났다고 벌써 생각이 나질 않는다. 그저 칭찬받고 인정받고 기분 좋았던 것 뿐 이었을까. 결국 나는 이 토론으로 아무 답도 얻지 못했다. 나는 일본의 길을 가지 않을 것이라, 말할 수 없었다. 그에대해 잘 알지도 못한다. 그럼 나는 왜 일해야 하는지, 모른다. 나는 무슨 세대인지 그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조차 모른다. 언론에 관심도 없다. 티비조선이 싫고 채널에이는 싫지만 정작 팔로잉해 놓은 뉴스타파의 기사는 잘 챙겨읽지도 않는다. 위선의 끝이다. 그래도 하나는 했다. '나'를 똑바로 보는것. 자꾸 눈물이 나고 부끄럽지만, 그래도 나를 똑바로 보고 함께 살기 위해 노력하는 것. 포기하려는 마음이 자꾸만 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그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만나는 것. 나를 조금씩 더 똑바로 보는 것. 그저 속으로 욕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진짜로 그 사람들에게 신뢰를 주고 신뢰를 받는 것. 그래서 '나'로 살아가는 것. 그 연습을 하고 있다. 다른건 다 몰라도 <혼자 못사는 것도 재주>에서 우치다 선생이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을, 내가 실천하고 있는건 아닌가 싶다. 나름 보람있는 발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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