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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book lover

美 / 낸시 에트코프



저자
낸시 에트코프 지음
출판사
살림 | 2000-01-01 출간
카테고리
예술/대중문화
책소개
크기: 15.5cm X 22.5cm / 348면상태: 01 책 ...
가격비교


1.

책을 읽고 나면, 이 질문에 사람에 대한 아름다움을 이야기해야 할 것 같지만 아무래도 나에게 아름다움 하고 생각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자연이다. 내가 다닌 창문여고의 교훈이 <참답게(), 착하게(), 꽃답게()>이었기 때문일까. 매일 그 교훈이 쓰인 돌 앞을 지나며 등교해서 '꽃답다' 라는 말이 내 머리 속에 '아름답다'라는 말과 동일시 여겨 진걸까. 그럼 꽃다운 건 무얼 뜻하는 것일까. 생각해보면 내가 아름다움이란 말을 보았을 때 바로 떠올리게 된 것이 자연이라는 것에 그 답이 있을 것 같다. 내가 보았던 수많은 자연 중 제일의 것을 생각하다 보면 내가 생각한 꽃다움이란, 아름다움이란, 무엇인지 떠오를 것 같아 이야기 해본다. 내가 보았던 자연의 아름다움 중 제일은 이번 겨울 보성에 가서 보았던 눈 내리는 차밭이다. 친구들과 함께 새벽별을 따라 기차역으로 갔고 광주에서 보성으로 가는 첫 차를 탔다. 차밭에 가기 전 율포 해수욕장 이란 곳에 갔는데 날씨도 궂었고, 바다도 생각한 만큼 탁 트인 느낌이 아니라 다들 기분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더불어 나의 건강상태가 매우 안 좋았기 때문에 모두가 예민한 상태였다. 그러다 원래 세웠던 여행 계획에 따라 녹차밭에 내렸다. 차밭으로 들어가는 길은 생각보다 길었다. 셋이서 아무 말 없이 걷던 중 우연히, 정말 무심코 고개를 돌렸고 우리 눈 앞 에 눈 내리는 차밭이 나타났다. 눈이 가만가만 내리고 있는 차밭을 보자 숨이 턱, 막혔다. 친구들이 모두 나와 같은 생각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우리 셋 다 같은 표정이었다는 것이다. 그 눈 내리는 차밭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이 차밭 바로 앞에 집짓고 평생 이 모습만 보며 살아도 행복하겠다. 안 좋았던 컨디션, 궂은 날씨에 대한 걱정 모두가 사라지면서 그저 행복하다. 라는 마음뿐이었다. 평온하다. 행복하다. 여기서 살고 싶다. 평생 봐도 안 질릴 것 같다. 그런 것. 그런 게 아름다움이 아닐까. 나에게 아름다움이란, (), 꽃다운 것이란 그런 것 같다. 잠깐의 아름다움에 현혹되는 그런 것이 아니라 평온함을 가져다주고 아무 생각이 들지 않게 만드는 그런 것. 그래서 계속 머무르고 싶은 그런 것. 그런 것이 나에겐 아름다움이다.


2.

광장시장 수입 구제 원피스, 가디건, 반팔티를 좋아한다. 그리고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옷을 믹스매치해서 입는 걸 좋아한다. 즉 옷에 돈을 별로 안 들이는 편이고, 남들과 똑같은 옷을 입는 걸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명품이나 메이커에는 관심도 없고 전혀 아는 바 없다. 그런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어서 신발도 그냥 내 발에 편한 것, 옷도, 가방도 모두 마찬가지다. 사실 옷이 별로 많지 않은 데도, 한 모임에는 한번 입은 스타일을 또 입지 않으려고 노력해서 옷이 많은 척, 하는 것을 좋아한다. 함께 잘 입지 않았던 옷을 새롭게 매치해서 입었을 때 묘한 희열을 느낀다. 새로운 스타일을 찾으면 꼭 기억해두고 싶어서 셀카를 많이 찍게 된다. (내가 셀카를 많이 찍는 이유는 이거다. 절대 정신병이 아니다...)


3.

도대체 업무능력과 외모가 무슨 상관인지 알 수가 없다. 아니 그보다 더 심각한 건 취업성형을 통해 모두가 동일해진다는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언지도 깨닫지 못한 상황에서 누군가의 기준에 맞춰 나의 가치관에 외모까지 맞추어야 한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신해철이 고스트네이션에서 그런 이야기를 했었다. 꿈이 없는 사람은 아직 꿈을 찾지 못했거나 찾는 과정이니 슬퍼할 것이 없다고, 하지만 누가 옆에서 이야기해주어서 그것이 자신의 꿈이라, 여기는 사람만큼 슬픈 것이 없다고. 자신의 기준 없이 남에 의해 만들어진 기준에 맞추어 사는 삶은 얼마나 끔찍한가 생각한다. 취업 성형도 이와 마찬가지 이다. 자신의 개성이나 자신만의 것에 대해 고민해도 모자를 우리의 삶을 누군가의 이익에 맞추어 바꾸어야 한다는 건 너무 끔찍하다. 가끔 스펙업에 들어갈 때 보게 되는 모두 똑같은 배경, 똑같은 머리스타일, 똑같은 표정을 짓고 찍은 증명사진을 볼 때면 숨이 턱 하니 막혀온다. 그렇게 해야만 취업할 수 있고, 모든 걸 똑같이 맞추어야만 이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일까 답답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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