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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book lover

불온한 경성은 명랑하라 / 소래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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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그 자신의 이성과 감성의 차이가 크지 않은 사람이다. 이성적으로 말하고 생각할 때나, 감성적으로 말하고 생각할 때 간의 큰 차이가 없을 때 그 사람은 거의 모든 상황에서 올바른 판단을 할 것이고 다른 사람을 배려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이성과 감성의 간극이 좁혀질수록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인간상에 다가갈 수 있는 것 같다. 결국 이성과 감성은 다른 영역에 존재하지만 그것을 같은 영역에 둘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은 언제나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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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생이 유한한 존재일 수밖에 없고 그런 인간들은 그렇게 불완전하고 불안정하고 불확실한 삶을 살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는 끝없이 안정적인 것을 추구하고 확실한 무언가가 나오길 바라고 완전한 인간이 되길 바란다. 나는 불안정과 안정 사이에서, 끝없이 고민하고 두려워하고 도망치고 싶었다. 그 경계 어느 지점에 나의 자리가 있는 것 같아 결국 그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하고 그저 이렇게 서성일 것만 같아서 무서웠다. 그러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불완전한 인간으로 태어났다면, 나의 불완전함을 인정해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 안정해지기 위해, 완전해지기 위해, 확실해지기 위해 발버둥치고 애쓰다 결국 무너져 버리고 말거라면 나의 불안정함을 그대로 받아들여보는 건 어떨까. 그 불안정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위해 아프겠지만, 안정을 위해 발버둥 치며 아픈 것 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나는 '쾌락'이고, ''이고 하는 불확실한 관계들을 굳이 부정하고 싶지 않다. 내가 불안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그것들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고 그 속에서도 내가 안정감을 찾을 수 있는 어떤 관계를, 어떤 사람을 만나게 될 것이다. , 만나게 되지 못한다 하더라도 불안함을 그대로 받아들인 나에게 그들의 존재는 그저 스쳐가는 사람들이 아니라 한 명 한 명 의미 있는 존재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