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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book lover

신의 생각 / 아고르 보그다노프, 그리슈카 보그다노프

  형이상학. 쉽게 말해 형태 이상의 것, 즉 존재의 근본에 나는 무척이나 관심이 많았다. 나의 최대 목표 중 하나가 나만의 방식으로 인간 본질, 인간 존재의 근본에 대해 탐구하는 것일 정도로 존재의 근본, 본질이라는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녔다. 전부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앉아있는 이곳, 그리고 서울, 대한민국, 지구, 우주, 또 그 이상의 어떤 절대적인 존재로까지 나의 모습에 대한 생각이 퍼져 나갈 때면, 내가 갖고 있는 고민 같은 건 모두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낄 수도 있겠다는 생각들. 결국 나는 내 존재에 대해 또 지구, 우주, 그 이상의 것의 존재에 대해 알지 못하므로 나의 문제 또한 그런 상태(확정 지을 수 없는 상태)라는 결론에 도달할 때도 많았다. 그리고 그런 생각들을 굳이 남에게 말하지는 않았다. 그 이유는 책에서 직접 언급되는 단어였던 ‘영원한 아이’처럼 보일까 해서였다. 나에게 그러한 본질에 대한 고민을 해결할 만한 능력은 없는 듯 보였고 그를 해결하고 탐구하는 과정에 서서 여러 가지 것들을 해내고 있음에도 아직 내가 그것을 이해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생각이 앞서서 였을지도 모른다. 본질이 궁금하다고, 내가 가장 원하는 것은 그 모든 것들의 본질을 아는 것이라고 말하기에는 두려움이 먼저였다. 평생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지 못할까봐, 그보다 더 먼저 어떤 방법으로 그 질문에 답해야 할지도 확신하지 못할 것 같아서. 그런데 이 책에서 괴델과, 아인슈타인이-물론 나와는 다른 결의 이야기이겠지만-평생 ‘영원한 아이’였으며 길고 절대 끝나지 않는 이야기들에 무척이나 관심을 가졌다고 말하고 있다. 그들의 이야기를 보며, 영원한 아이가 되면 어떠랴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리고 더더욱, 내가 이들과 달리 나만의 방식으로 우주의 본질에 대해 인간의 본질에 대해 탐구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고민하게 되었다. 본질이라는 것이 결국 나를 끝없이 따라다니는 표지 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이 책에서 끊임없이 언급되는 ‘신의 생각’이라는 것도, 평소 내 생각이 퍼져 나갈 때면 으레 닿게 되었던 그 절대적인 존재와 결을 같이 하는 개념이지 않을까. 결국 나는 그들과 다른 방식으로 그것에 대해 탐구를 해나가겠지만. 그들이 그들의 생을 바쳐 연구했던 ‘신의 생각’이라는 것은 어떠한 형태로든 존재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비록 그것이 결국엔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혀지더라도 사실 모든 것은 아무 이유없이 우연에 의해 발생된 것이라고 결정나더라도, 무언가 본질에 대해 탐구한 많은 사람들은 그것을 통해 자신이 얻고자 하는 진리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나 또한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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