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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book lover

여덟번째 방 / 김미월



여덟 번째 방

저자
김미월 지음
출판사
민음사 | 2010-04-0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행복이 별거냐? 아직 살아 있잖아!"웅숭깊고 따스한 시선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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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독립이라는 것은 2013년, 새내기였던 나에게 어떤 큰 화두 같은 것이었다. 행복도, 사랑도, 스물도, 술도 나 자신이 경제적 정신적으로 독립해야만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그 말들이 반쯤은 맞은 것도 같다. 작년의 나는 이런 말들을 했었다. 이 세상에 나 혼자, 스스로, 독립적으로 살 수 있게 되는 언젠가가 오는 날 나는 행복해 질 수 있을 것이라고. 하지만 나는 이 세상에 혼자 설 수 없었고 그런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선 사랑이 필요하다고, 누군가가 나를 사랑하고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게 된다면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하고. 결국 외로웠던 것이다. 그래서 외롭고 스스로를 부끄러워하던 나는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었고 곧 행복해질 수 있을거란 나의 기대는 처참히 무너졌다. 힘들고 더 외로웠고 내 속의 나를 지우고 그의 옆모습으로 나를 만들어 버리는 내가 되어버렸다. 무섭고 두려웠다. 내가 곧 사라져버릴것만 같아서. 그래서 그 일을 관두고 나를 편안하게 해주고 나를 나로써 존재하게 하는 누군가를 만나 또 다시 행복을 꿈꿨다. 이기적인 나의 생각은 곧, 나도 그도 상처받게 만들었고 그 관계도, 나의 행복도, 나의 자립도, 독립도, 점점 나에게서 멀어져 갔다. 그렇게 독립이라는 단어는 한동안 나의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렇게 일년이 지나고 올해 나는 이것저것 일들을 해나가고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서 다시 한 번 ‘독립’을 꿈꾸게 되었다. 청년의 자립을 꿈꾸고 돕는다는 공간을 만나게 되어서였을까. 그 공간에서 그 사람들과 함께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어리석은 용기마저 샘솟았다. 왜 어리석다고 표현했냐 하면 나는 매번 새로운 어떤 것을 만났을 때 그것이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하는 슈퍼맨 같은 역할을 하리라고 너무나 쉽게 단정지어버렸었기 때문이다. 반성한다. 그것이 새로운 단체가 되었든, 프로젝트가 되었든, 사랑이 되었든, 사람이 되었든 어느 것 하나가 나에게 산재한 많은 문제들을 단번에 해결해 줄 수 없다는 것이 너무나 상식적인데도 불구하고 나는 믿고 싶지 않아했다. 나는 곧 독립할 수 있을 것 같았고, 그 독립과 자립이 나에게 존재한 모든 문제를 깔끔히 그리고 더 발전적으로 해결해 줄 거라 믿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안다. 그것은 어느 전래동화에 나오는 모든 것이 다 나오는 ‘도깨비방망이 이야기’ 같은 것이라고. 그래서 나는 지금 독립을 작년의 나 그리고 몇 달 전의 나처럼 꿈꾸지 않는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에서의 독립, 그리고 또 하나하나의 그룹에서, 사람들로부터 성장해 나갈 수 있는 조각조각의 것들을 보고 만진다. 언젠가 또 어리석게도 모든 걸 믿어버리고 단정 지어 버리는 상황이 오겠지만, 그래도 그때의 나는 독립에 훨씬 가까운 상태일거라 믿는다.


2. 나에게 꿈은 직업이 아니라 문장이다. ‘생각하며 사는 것’, ‘생각할 수 있게 만들며 사는 것’, ‘불안함 속에서 나만의 안정을 찾는 것’ 등등..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꿈들이 떠오르고 그 꿈들은 절대 하늘에 박혀있는 별 같은 존재가 아니다. 비록 더디더라도 언젠가 나의 손에 다가올 그런 것. 다른 누군가 보았을 때 그것이 둥둥 떠다니는 말처럼 보이더라도, 나만의 기준을 세워가며 좀 더 개성 있는 나 자신이 되는 것 그것이 나의 꿈, 나의 꿈이 지향하는 바 이다.


3. 사회에서 모두가 같은 용을 꿈꾸도록 만들었기 때문이 아닐까. 다른 기회나 요소들은 배제시킨 채 성공의 길, 제시 문에서 말하듯 ‘계층 이동의 사다리’, 누가 만든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슬픈 말이다. 스스로 자신의 계층을 설정하고 그 계층을 하위라, 또 어떤 것을 통해 올라가야만 하는 대상이라 여긴 것이 아닌가. 나는 모두가 같은 용을 꿈꾸지 않는다면, 혹은 우리가 그런 사회에 산다면 ‘계층 이동의 사다리’라는 말은 쓰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어느 개천에는 붉은 용이, 또 그 옆 동네 개천에는 푸른 용이 나오기도 하는 세상. 모두의 용이 황금용일 필요는 없으니까.

4. 돌이켜보면 나는 선생님들이 ‘누구나 한 가지씩은 잘하는 게 있다’ ‘누구에게나 꿈은 있기 마련이다’ 등등의 사기를 안 쳤으면 어땠을까 생각한다. 그랬으면 ‘왜 난 꿈이 없을까?’ 이런 고민 하지 않아도 됐을 텐데.
“너는 커서 뭐가 될래?”
만약 지금 내게 누가 다시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하겠다.
“살다보면 생기겠죠. 끝까지 안 생길 수도 있겠지만.”
내 나이 서른 여덟. 나는 아직도 생의 의미를 명확하게 발견하지 못했다. 그래서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여전히 고민한다. 다만 분명한 건 누구나 배우가 되고 감독이 되고 싶어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누구나 배우나 감독이 될 자질이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고. 그러니 남은 생을 사는 동안 내가 그저 관객의 안온한 자리를 지키며 살아간다 할지라도 꿈이 없다 뭐라 할 수 있을까. (P.36, 이석원, 보통의 존재)

앨범 <가장 보통의 존재>의 주인공은 어느 날 자신이 보통의 존재임을 깨닫곤 몸서리친다. 그것은 섬뜩하리만치 무서운 자각이었으나 문제는 그다음부터였다. 자, 자신이 보통의 재능과 운명을 타고난 그야말로 보통의 존재라는 것도 알았고, 세상이 공정하지 않다는 것도 잘 알고 있으며 세월이 갈수록 나를 가려주던 백열등이 수명을 다해 가고 있음도 직시하게 된 지금. 그렇다면 ‘나’는 앞으로 나의 남은 날들을 어떻게 살아가게 될 것인가. 
‘나’는 현실에 투항하게 될까?
누구든 위험한 희망을 선택하지 않아도 될 권리와 자유가 있다. 따라서 그는 얼마든지 안락과 정착을 꿈꿀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너무 일찍 자신에게 주어진 불리한 여건에 수긍하거나, 운명을 거역하기 위한 노력을 쉽사리 포기한다면... 하여 보통의 존재는 역시나 보통의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입증하게 된다면... 이야기의 결말이 조금은 허무하지 않을까. 주인공의 미래가 몹시도 궁금해진다. (p.186, 이석원, 보통의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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