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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미오와 줄리엣 / 윌리엄 셰익스피어



로미오와 줄리엣

저자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출판사
민음사 | 2008-02-28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의 낭만적 비극을 선보이는『로미오와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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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랑에도 유통기한이 있을까. 글쎄 인간이라는 존재가 호르몬에 의해서 좌지우지 되는 존재라면 세상이 얼마나 단순할까. 모든 인간은 그 정도가 다를 뿐 모두 같은 호르몬을 지니고 있으니까. 하지만 같은 호르몬을 지닌 인간들은 단순한 세상을 복잡하게 만든다. 그것은 그들이 호르몬의 지배를 이겨냈기 때문일까? 아니다. 사실 인간은 호르몬에 엄청난 영향을 받는다. 실제로 나는 전에 라디오에서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우리의 뇌는 생각보다 멍청해서 우리가 기분이 좋지 않을 때에도 입꼬리를 올리면 기분이 좋은 것으로 판단, 기분이 좋아지는 호르몬을 분비시킨다고 하네요.’ 이 말을 듣고 나는 기분이 안좋을 때마다 입꼬리를 올리며 기분이 좋아지는 호르몬의 지배를 받았고 정말로 내 기분은 얼마간 나아졌다. 하지만 그 호르몬의 위대한 능력도 나의 눈앞에 존재해 있는 벽들을 허물어 줄 수는 없었다. 입꼬리를 올리며 도피하고 싶었던 일들은 내 눈 앞에 어느새 큰 벽이 되어 있었고 나는 그 벽 앞에서 와르르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그 상황에서 나의 호르몬은 나에게 어떤 답도 어떤 해결방안도 내려주지 못했다. 그렇다면 호르몬은 정말로 우리의 사랑에 우리의 관계에 영향을 미칠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호르몬의 영향으로 사랑을 어찌 할 수는 없다. 그것은 그의 영역 밖의 일이다. 그렇다면 시간은? 시간이 흐르면 사랑은 무뎌질까. 시간이 오래 지났기 때문에 무뎌진걸까 그들의 익숙함이 무뎌지게 만든걸까. 곧 무뎌지면 사랑은 끝나는걸까. 그저 내가 곁에서 지켜 본 오래 사랑하는 사람들의 경우를 보면, 그들의 익숙함이 새로운 것을 원하지 않는 한 그들의 사랑이 지속 될 수 있는 것 같다. 단지 시간이 흘렀다는 이유, 호르몬이 더 이상 분비되지 않는 다는 이유가 아니라 그들의 익숙함이 그들에게 어떻게 작용하는지가 그들 사랑의 유통기한을 결정하게 되는 것 같다.


2. 대한민국에 산재해 있는 문제는 항상 많고 우리의 태도는 그것을 해결하려 노력하거나 그 문제에 적응하고 순응하는 것 두가지로 나뉜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깰 수 없는 장벽과 같은 유리천장은 학벌사회, 언론왜곡, 청년실업, 비정규직문제, 과열된 입시경쟁, 고령화, 저 출산율, 지역격차, 2-30대 자살율 1위, 성차별 등의 문제들에 적응하고 순응하고 있는 우리 자신이다. 그것을 극복하는 방법은 사유하고 또 사유하며 행동하고 실천하는 것 하나 뿐이다.


3. 누군가가 언제 결혼하고 싶냐고 물으면 28살에 결혼할거라고 말했었다. 그동안 어떤 남자는 나와 헤어지면서 너랑 결혼하고 싶었는데 라고 했었고, 떠날까 무서우니 정략 결혼하자고 했던 사람도 있었고, 5년 뒤에 만나 결혼하자는 사람도 있었지만. 결국 모두 나를 떠났고 나는 요즘 내가 28살에 결혼은 할 수 있을까, 아니 그 전에 제대로된 연애는 할 수 있을까 생각한다. 이렇게 길게 사랑을 이어나가지도 못하는 내가 ‘결혼’이라는 평생 한 사람을 보고 살아간다는 약속을 할 수 있을까 두려워지기도 한다. 그래서 내가 되고 싶은 미래의 아내상은, 지금보다 조금 더 안정된 그래서 상대에게 매일 사랑한다고 말해줄 수 있을 만큼. 슈퍼스타k 우승자가 부르는 노래 가사처럼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이 한마디로 족할 것 같다. 넓은 집, 좋은 육아방식, 빚 없는 가계상황이라는 것들보다도 중요한건 결혼은 한 사람을 평생 사랑하겠다는 약속이니까. 그 사람에게 나는 따뜻한 사람이, 사랑을 나누어 줄 만큼 따뜻한 사람이 되어주고 싶다. 그래서 그 사람을 꼭 안아줄 수 있는 그런 아내가, 그런 동반자가 되고 싶다.

4.  로렌스 수사가 로미오에게 보내는 편지를 ‘역병’ 때문에 전달받지 못한 부분.
만약 편지만 전달 받을 수 있었다면 450년간 사랑받은 로미오와 줄리엣의 결말이 어떠했을까. 그 둘에게 주어진 가문이라는 운명 또한 그들이 이겨내기 힘들었겠지만 그것은 이미 베로나 군주가 내린 명령이나 시민들의 눈초리로 평화를 찾을 가능성을 보였었다. 그러나 로미오의 실수로 티볼트를 죽이게 되고 로미오는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우게 된다. 이 또한 로미오라는 개인의 실수일 것이다. 그러니 그 둘을 둘러싼 모든 비극은 로렌스 수사가 보낸 편지를 로미오가 전달받지 못하게 되면서 시작된다. 그는 싸늘한 주검으로 남아있는 줄리엣 곁에서 목숨을 거두고 얼마 후 깨어난 줄리엣은 자신 곁에 죽어있는 로미오를 보고 단검을 자신을 찌른다. 어쩌면 가문의 반목을 뛰어넘어 평화로운 사랑을 이룰 수도 있었던 두 연인은, 만투아의 역병이라는 운명의 장난으로 비극을 맞게 된다.

5. maktub, 이미 쓰여져 있다 라는 말이다. 파울로코엘료의 ‘연금술사’를 읽은 후 어느샌가부터 나의 좌우명처럼 느껴졌던 말이다. 운명에 대해 이야기 하면 꼭 나오는 말이 ‘결과론적이다’라는 것이다. 어쩌면 저 마크툽이라는 말도 결과론적인 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운명이라는, 또 마크툽이라는 멋진 말을 결과론적이라고 해석하기에는 너무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에게 주어진 운명을 우리가 모두 헤쳐나갈 수 없다 해도 우리는 운명에 맞서서 살아갈 수 없다고 해도. 운명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건 우리에게 살아가는 어떤 동기를 부여하는건 아닐까. 나는 이런 운명이었어 라고 좌절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운명, 인연이라는 어떤 판타지 하나를 안고 사는 것은 살아가는데 충분히 매력을 느끼게 만드는게 아닐까. 자신이 매우 현실적이라 자부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운명이고 인연이고 그런건 다 없어 그냥 사는거지.’ ‘운명이 있었다면 인연이 있었다면 내가 지금 이렇게 살고 있을리는 없겠지.’ 라는 말들. (내 기준에서) 그렇게 사는 삶은 얼마나 슬픈지. 운명도 인연도 어떤 판타지도 없이 그저 현실에서 살아가는 삶이란. 이상적인 것을 떠나보내고 현실 속에서 사는 삶이란. 혹자는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에게 구름위에 둥둥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하겠지만 구름에 떠다니면 또 뭐 어떠한가. 그 사람들보다 높은 곳에 서서 그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는 것인데. 운명, 인연. 만나게 되지 못하더라도 그 판타지를 갖고 살아가는 나는 항상 그것을 꿈꾼다.

6. 로미오와 줄리엣은 자신들을 둘러싼 어찌할 수 없는 비운에 필사적으로 대항하다 파멸한 것인가요? 아니면, 맹목적인 정열에 휩싸여 비극적인 결말로 치달은 것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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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의 경우라고 생각한다. 로미오는 발각되면 죽을지도 모르는 캐풀렛의 정원에 무단침입했고, 어린 줄리엣은 부모님에게 파리스와 결혼한다는 거짓말을 했고, 또 효과가 확실하게 보장되지 않은 죽음의 독약을 마셨고, 로미오는 어느 거지에게 사온 독약을 자신을 살리는 것이라 말하며 입에 털어넣었고, 다시 줄리엣은 사랑하는 이의 단검으로 자신을 찔러 세상을 떠났다. 세상의 어느 것도 자신들을 도와주지 않는 상황에서 그 둘이 사랑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은 그들이 선택했던 그 방법뿐이라고 여겼을 것이다. 그 시간 그 베로나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그 누구보다 용감했고, 또 어리석었고, 그러면서도 현실에 안주하지 않았다.

7.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이 450년이 되도록 회고되고 또 많은 것들로 이야기 되고 모티브가 되는 힘은 그들의 사랑이 우리가 생각하는 근원적인 사랑, 정말 인간이 원하는 이상적인 사랑의 모습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로미오와 줄리엣이 서로에게 원하는 것이 있었다면 단 하나 ‘너’ 뿐 이라는 그 둘의 마음을 닮고 싶었기 때문이 아닐까. 나는 더 성숙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 사람을 좋아하기도 했던 것 같다. 사랑이라는 것이 나를 더 성숙하게 만들어 줄거라는 어떤 환상을 갖고 있었던 것도 같고. 그래서 사람들을 만났고 결국 아무도 내 곁에 없을 때면 결국 나에겐 아무도 남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며 자괴감에 빠지는 날들도 있었다. 그러다 내가 오래고 오래도록 좋아하던 한 사람을 떠올렸다. 그 사람에게 난 원하는 것도 없었고 그 사람으로 인해 내가 성숙해지고 싶다거나, 그 사람으로부터 무언갈 원한다거나 하지 않았던 그냥 그런 마음들이 떠올랐다. 그러다 그건 추억일까 사랑일까 생각이 들었다. 영화 <팔월의 크리스마스>에서 주인공 정원(한석규)은 이런 말을 남긴다. ‘내 기억속의 무수한 사진들처럼, 사랑도 언젠가는 추억으로 그친다는 것을...나는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신만은 추억이 되질 않았습니다. 추억을 간직한 채 떠날 수 있게 해준 당신에게 고맙단 말을 남깁니다.’ 주인공이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그 작품이 아름다운것이 아니라 그 둘의 사랑엔 어느 것도 원하는 것이 없었기 때문에 아름다웠던 것이었다. 그 둘의 추억이 잊혀지지 않고 사랑으로 남게 되는 것. 그것이 진짜 사랑일까. 그렇기 때문에 둘의 사랑이 지금까지 남아있는 것이 아닐까. 서로만 원했던 그들 그리고 추억으로 그치지 않고 서로의 추억을 간직한 채 떠날 수 있었던 로미오와 줄리엣이었기에 우리는 이 작품을 지금도 또 후에도 보게 되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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