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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book lover

월든 /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월든(완결판)

저자
헨리 데이빗 소로우 지음
출판사
은행나무 | 2011-08-22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법정 스님이 사랑하고 한비야가 추천한 바로 그 책! 가장 많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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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실 ‘월든’ 은 나에게 상당한 의미가 있는 책이었다. 책을 읽지 않아본 상태에서도 그런 의미를 가질 수 있었던 건 고등학교 3학년 때 우연히 참가한 어느 봄날의 대학탐방부터였다. 그 때 예술과 기술을 융합하여 가르치는 학과의 한 교수님이 나오셔서 어떤 동영상 하나를 보여주셨다. 그 동영상은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월든’에 나오는 월든 호수와 저자가 살았던 오두막집, 밭 등을 3D영상으로 구현한 것이었다. 그 영상을 보고 나는 비로소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눈에 보이게 만드는 기술의 힘을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곧 나도 저런 작품을 만드는 사람이 되겠다라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나만의 ‘꿈’이라는 것이 생긴것이다. 그러면서 ‘월든’이라는 책은 그 존재만으로 나의 꿈을 실현하게 만들 수 있는 어떤 메타포의 하나로 작용했던 것 같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책을 읽어보아야겠다는 생각은 크게 들지 않았다. 그만큼 내가 독서를 즐기지 않았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일 것이다. 작년 잠깐 활동했던 독서모임에서 지금처럼 어떤 회원이 월든을 발제했고 나는 비로소 이 책을 손에 들게 되었다. 그러나 ‘숲속의 경제생활’ 파트의 장엄함(100페이지 분량의...)을 끝내 이기지 못하고 월든은 내 책장 구석에서 조용히 1년을 보내야만 했다. 똘레랑스 덕에 나에게 어쩌면 더 큰 의미가 될지도 모르는 월든을 다시 읽게 된 것이다. 책의 앞부분을 읽다가 나는 한 번 더 느꼈다. 내가 이 책을 무의식적으로라도 상당한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이유가 여기있었구나하고. 


어떤 날씨에나, 낮이나 밤 어떤 시간에나 나는 시간의 홈을 활용하고 그 순간을 내 지팡이에도 표시해두고 싶었다. 달리 말하면, 과거와 미래라는 두 영원이 만나는 점, 요컨대 현재의 순간에 서고 싶었고, 현재라는 출발선에 발끝을 대고 서고 싶었다.


나는 ‘순간을 믿어요’ 라는 말을 마음에 새기며 살아왔다. 하지만 요즘의 나는 다가오지 않은 미래의 두려움, 지나온 과거에 대한 후회로 가득 차 순간을 즐기고 있지 못했다. 위 구절을 읽으며 나는 나에게 물었다. 진짜 현재를 살고있는가? 책을 읽으며 소로우의 현재를 보았고 나의 현재를 되돌아보았다. 조금 더 날카롭게 나의 시간의 홈을 마주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2. 소로우는 어떤 사람일까. 글쎄 현재를 사는 사람? 보이지 않는 것을 보기 위해 노력한 사람? 어쩌면 현실에서 벗어나 자신이 만든 세계를 현실이라고 믿고 싶었던 사람일까? 이 책을 읽으며 생각한 나만의 소로우를 말해보자면. 나의 소로우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기 위해 노력하고 체험한 사람이다. 다른 이들이 지킬 것이 많고 욕심이 많아 하지 못한 것들을, 그것이 비록 값어치 없고 볼품없는 일처럼 보인다 하더라도 해냈고 그 생각을 써내려간 사람. 사람들마다 소로우에게서 얻어가는 것들은 다를것이고 소로우의 생각을 다르게 표현하겠지만 나는 소로우의 그 순수함에 집중하고 싶다. 인간으로 태어나 인간으로서 이 땅에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 빈손으로 태어난 인간이 가져야하는 것은 무엇인가. 인간 존재 자체에 대해 고민하고 실험한 사람이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소로우의 순수함은 인정하되 과연 그가 이 방법으로 인간본질에 대한 탐구를 진정으로 이룰 수 있었을까 의문이 든다. 그가 처음 말한 것처럼 그는 그 자신의 현재를 살았던 것인가에 있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3. 나는 책을 읽으면서 결국 책의 상황 속에서 내 모습을 묻고 내가 그리는 모습의 답을 구한다. 그러다가도 그저 읽는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고 있는 방향으로 결국 그 책도 나아간다. 제시문(바)에서 말하듯 책에서는 우리 상황에 정확히 들어맞는 말이 있어, 그 말을 확실히 듣고 이해할 수 있다면 그 말이 아침이나 봄보다 우리 삶에 유익해 세상의 새로운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줄 가능성이 높다. 책을 읽다보면 내 상황을 보고 있나 싶을 정도로 나의 상황에 정확히 들어맞는 경우들이 있다. 그럴 때 나는 독서에 더욱 흥미를 갖게 되고 나의 상황을 더 나아지게 만드는 독서를 하게 되는 것 같다. 즉 나의 독서는 독서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상황과 연결되어 내 삶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하나의 연결고리가 된다. 

4. 존재 지향적인 삶을 중시한다. 나는 소유하는 행위를 그다지 즐기지 않는다. 사실 원체 물건이라는 것에 욕심이 없다. 내 돈을 주고 무엇인가를 소유하기 위해 노력하는 일 같은 건 잘 하지 않는다. 어느 정도 인가하면 전에 과외를 하던 학생과 내가 지닌 물건에 대해 이야기 했던 적이 있었는데 내가 가진 거의 모든 물건(옷, 필기구, 가방, 신발, 양말, 팔찌 등)중 내가 비용을 지불한 것이 없는 정도였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내 앞에 있는 텀블러, 필통 모두 선물 받은 것들이고 노트북, 휴대폰은 부모님께서 사주신 것이니 내가 번 돈으로 소유한 물건은 없는 셈이다. 하지만 나는 공연이나 여행처럼 소유할 수는 없지만 그 자체로 의미 있게 존재하는 것에 많은 비용을 지불한다. 물건을 갖는 것으로 나는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없지만 공연장에서나 여행지에서 나는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비로소 내 두 발로 이 땅에 내딛을 수 있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되었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도 많다. 소유라는 행위에서 어떤 중요한 의미를 찾기 전까지 나는 존재 지향적인 삶을 중시하며 살아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