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 book lover

협력과 저항 / 김재용



협력과 저항 (일제말 사회와 문학)

저자
김재용 지음
출판사
소명출판 | 2004-07-30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이 책은 일제말 한국작가들 중에서 친일 협력을 한 쪽과 협력을 ...
가격비교



1. 친일행위라는 것이 부와 명예를 위해 나라를 저버린 단순한 것만 아니라 복잡한 이해관계와 국제정세 속의 선택들이었을 거라는 걸 알게 되었고 이건 일제강점기 말의 문제만이 아니라 결국 지금 우리 현실과도 맞닿아있다고 생각했다. 과거의 친일행위와 현재 우리가 어쩔 수 없는 부조리한 현실에 순응하는 것은 어쩌면 같은 것이 아닐까. 이 시대의 내가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줄다리기 하며 고민하는 것처럼 그 시대의 문학인, 더 나아가 조선인들도 협력과 저항 사이에서 줄다리기 했던 건 아닐까. 단편적으로 친일이란 나쁜 행위라고 생각했던 나를 반성했다. 물론 저자가 말하듯 억압에 대해 싸운 것과 억압에 편승한 것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하고 이러한 차이를 무시한 채 같다고 생각하는 경우 우리는 폭력을 용인하는 결과에 이르게 되겠지만. 또 다른 폭력을 용인하지 않기 위해서 그 시대의 친일행위를 했던 협력파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그 속에서도 이상의 끈을 놓지 않았던 저항문학인들의 정신을 되새겨본다.


2. 모든 예술 작품은 창작자와 등치된다. 물론 우리 안에는 많은 모습이 공존하고 많은 생각과 모순이 존재하지만 결국 작품으로 표현되는 ‘어떤 것’은 창작자의 한 부분을 떼어낸 것이 아니라 그 사람 자체이다. 이 말은 곧 창작자의 초기 의도가 어찌되었든 간에 작품을 통해 우리는 창작자의 여러 모습을 볼 수밖에 없고 곧 작품이 창작자가 된다는 것이다. 작가의 의도가 어찌되었든 그 작가가 살아온 삶의 궤적과 동떨어진 채 작품을 바라보기는 힘들다. 친일 행위를 했다고 해서 사회에서 매장시켜야 한다거나 그들의 작품을 인정하지 않아야 한다거나 하는 강경한 입장은 아니지만 작가의 문학성만으로 작품을 보존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곧 다른 이에게는 폭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표현해내는 모든 것은 결국 우리 안에 있는 것이 아닌가. 


3. 나는 상대주의를 선호하는 편이다. 모든 것에 정답이 없고 사람마다 가치가 다 다르니 그 가치를 인정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그 말은 결국 내가 바꾸고 싶지 않은 나만의 가치도 인정받길 원하는 것이다. 다른 이를 상대주의적으로 바라보고 나 자신은 절대주의적이고 싶다고 말해야할까. 제시문(바)를 포함해 <협력과 저항>에서는 친일문학으로 분류되든 저항문학으로 분류되든 작가 각자의 일제와의 관계 및 세상에 관한 시각 등을 말해준다. 이것으로 볼 때 또한, 다른 사람들에게는 상대주의를, 나 자신에는 절대주의를 적용해야 한다는 생각이 더 강해진다. 협력파들 그 자신들이 추구했던 가치가 있었을 것이고 그것도 모든 협력파라 하여 다 같은 가치를 지닌 것도 아닐진대 친일파로 모두 묶어서 매도하는 것도 그렇다고 모두가 친일파가 아니라는 것도 절대적인 시각으로 보기에는 너무나 다양한 상황들이 존재한다. 각자의 상황을 ‘봐’주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고 ‘인정’하는 것 그것이 우리의 삶에도 친일문학에도 적용되어야 할 진정한 상대주의가 아닐까.  


4. 친일 청산을 위해 우리 사회가 해야 할 일은 언제나 그렇듯 ‘잘 아는 것’이다. 일제강점기 친일파는 왜 친일행위를 해야만 했는지 그런 행위를 해서 그들이 얻은 것은 과연 무엇이었는지. 그들의 잔재가 남아있다면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는지 경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