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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book lover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 / 요조

  • "나도 잊고 살았던 나의 조각들이 떡볶이하는 필터를 통해 모조리 색출되는 것 같았다. 힘들지만 속이 다 시원한 경험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렇게 겨우겨우 쓰고 났더니 내가 느껴야 할 것들이 더욱 많아졌다. 책을 쓰면서 알게 된 것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더 많은 이야기들과 사람들이 책을 내자마자 내 앞으로 돌진해왔던 것이다. 책을 쓴다는 것은 내 이야기를 취합해서 정리하고 끝나는 어떤 마무리로써의 행위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들과 얽혀 들어가며 다시 시작하고 부딪혀가는 일이라는 것을 그 책을 통해 가장 강렬하게 체험한 것 같다."
  • "이런 경험을 통해 이제는 했던 말을 반복하는 일에 제법 느긋한 사람이 되었다."
  • "(...) 다양한 마감 주기를 갖고 있는 그들이 마치 태양계를 공전하는 행성들이 우연히 일렬로 정렬하듯이 동일한 마감일에 우르르 줄을 섰다. (...) 어떤 사이비 종교 집단에서는 행성 정렬을 세상이 멸망하는 현상으로 받아들였다지. 나도 내가 이대로 조용히 멸망했으면 했다. 며칠의 시간을 다음과 같이 탕진했다. 아침에 눈을 뜨면 극단적인 스트레스에 사로잡힌 채로 침대에서 일어나지도 않고 몇 시간이고 트위터 타임라인만 들여다보았다. (...) 그러다 더 이상 물러날 수 없는 지경에 다다르고 내가 무슨 짓을 해도 하루를 24시간 이상으로 늘릴 수는 없다는 너무 당연한 사실을 받아들이던 날 아침에, 지푸라기를 잡는다는 심정으로, 나는 스톱워치를 켰다."
  • "어떻게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따라 하는 삶이 나에게 굉장히 잘 맞은 것 같다. 앞으로도 타인들을 유심히 응시하면서 따라하고 싶은 것을 발견할 때마다 신나게 따라 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