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글 : 기술과 사회의 관계를 어떻게 파악할 것인가
- 기술과 사회의 관계에 관한 깊은 인식과 시각 정립이 과거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시기이다..
1부 <마르크스와 기계>
- 결국 마르크스주의를 기술결정론으로 해석하는 것은 "생산력=기술"이라는 등식에 근거하고 있다. 그러나 윌리암 쇼와 같이 마르크스가 기술결정론자라는 것을 옹 호하는 사람들조차도 이 등식의 출처를 마르크스에게 돌리기는 어렵다고 생각하였다. "… 마르크스에게 생산력은 좁은 의미의 기계 혹은 기술보다 더욱 많은 것을 포함한다. 사실 노동자로 하여금 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노동력, 숙련, 지식, 경험 등이 생산력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보인다." 따라서 쇼는 "기술결정론은 마르크스가 실제로 생산력결정론이라고 한 것에 대한 약간의 오칭이다."고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약간의 오칭' 보다 훨씬 많은 문제가 존재한다. 왜냐하면 생산력이 인간의 노동력을 포함한다면, 생산력결정론은 보통 이해되는 기술결정론과 상당히 다르게 보이기 때문이다. 초기 저작에서부터 마르크스는 인간 노동의 특징이 '의식적'이라는 데 있음을 강조하였다.
- 노동력을 생산력에 포함시키는 것은 역사의 결정요인으로서 의식적 인간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다. 역사를 만드는 것은 기계 만큼이나 또는 그 이상으로 인간인 셈이다. 비록 "생산력=기술"의 등식이 받아들여진다 할지라도 기술변의 자율성이 마르크스에게서 비롯된 주장인지는 의심스럽다. '정통'적 입장은 생산력이 경향적으로 발전하지만 생산관계에 따라 촉진되거나 억제될 수 있다고 주장한
- 제 2부 기술의 사회적 형성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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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엇이 기술을 형성하는가
'기술 결정론' - '무엇이 기술을 형성하는가' - '사회가 기술을 형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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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술'과 '사회'는 모두 복잡한 용어이다.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사회적 관계와 사회적 제도에는 다양한 형태가 존재한다. 여기서 우리가 한가지 주의해야할 점이 있다. '기술의 사회적 형성'이라는 명제가 기술변화에 작용하는 요소가 전체사회에 널리 퍼져있음을 함축하지는 않는다. 많은 사례연구들에 의하면 매우 특수 하고 국소적인 사회 조직이나 사회적 관심이 기술형성에 중대한 역할을 한다. 기술의 의미를 파악하기는 매우 힘들다. 기술과 예술, 기술과 경제, 기술과 과학의 경계는 명확하지 않다. 더구나 한 시대에서 다른 시대로 이행함에 따라 그 경계 자체가 변화를 겪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술에는 최소한 세 가지 수준이 존재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우선 기술은 기본적으로 자동차,선반,진공청소기,컴퓨터와 같은 일련의 물질적인 대상을 지칭한다. 여기서 기술의 사회적 형성이 가지는 의미는 명백하다. 즉 우리는 물질적 대상의 설계와 배치에 있어서 사회적 요인의 영향을 논의할 수 있는 것이다.
- 그러나 기술을 '하드웨어'로 협소하게 정의하는 데 만족하는 연구자는 없다. 자동차나 진공청소기가 아무렇게 만들어진 물건이 아니라 기술로 간주되는 이유는, 그것이 인간 활동의 일부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로그램과 오퍼레이터가 없는 컴퓨터는 단지 금속,플라스틱,규소로 이루어진 쓸모없는 덩어리의 집합체에 지나지 않는다. 기술은 물질적 대상을 지칭하면서 동시에 인간의 활동과 관련되어 있다. 예를 들어 '제강'이라는 기술은 철강노동자가 사용하는 용광로를 의미할 뿐 아니라 철강노동자의 노동을 포함한다. 인간의 활동은 사회적 성격을 띠기 때문에, 활동으로서의 기술에 주목하는 경우에는 기술에 관한 논의가 이미 사회에 대한 논의를 포함하고 있다.
- 셋째로 기술은 '인간이 하고 있는 일'뿐만 아니라 '인간이 알고 있는 것'과 관련된다. 레이턴이 적절히 강조했듯이, 기술은 지식이다. 기술적 대상은 그것을 제작,설계,수리, 사용하기 위한 노하우 없이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노하우는 단순한 말이나 수치라기 보다는 일종의 시각이나 감각에 해당한다. 그것은 몇마디 말로써 획득할 수 없으며 공학 분야와 같은 정도의 체계적인 훈련에 의해 습득될 수 있다. 이러한 기술의 의미는 '하드웨어'라는 용어가 사용되기 전에 이미 출현한 것으로서, 이 때 기술은 실용적 기예(practical arts)에 관한 체계적인 지식에 해당한다.
- 위너는 사려깊은 논문에서 "기술 자체가 본질적으로 중립적이다"는 관념에 도전하고 있다. 그의 주장에 의하면, 기술은 본질적으로 정치적이다. 그것은 두 가지 의미에서 그러하다. 우선 기술은 특정한 집단에게는 선택의 기회를 주고 다른 집단에게는 문을 닫는다. 예를 들어 뉴욕의 건설업자 로버트 모제스는 도로체계를 설계하였는데, 그것의 특징은 특정한 유형의 사람들에게만 편리한 교통시설로 기능하는 데 있었다. 기술의 설계가 정치적인 성격을 띠는 것은 물론, 어떤 기술은 그 자체가 완전히 정치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다. "기술이 특정한 사회 관계의 패턴을 요구한다"는 주장이 타당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몇몇 기술은 특정한 사회적 관계와 공존하는 경향을 가지는 것이다.
- 기술의 효과에 관한 질문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이 논문의 중심적인 주제는 아니다. 우리의 초점은 "기술변화가 자율적이며 사회의 외부에서 발생한다"는 가정을 비판하는 데 있다. 우리가 제기하는 질문은 다음과 같다. 기술이 효과를 가지기 전에 기술을 형성하는 것은 무엇인가? 기술을 형성하는 데 있어서 사회가 담당하는 역할은 무엇인가?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이러한 질문에 대한 가장 흔한 대답은 사회가 기껏해야 주변적인 역할 밖에 못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과학이 기술을 형성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견해는 대부분 "과학 자체는 실재를 발견하는 것이어서 사회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함축한다. 이러한 관념에는 몇 가지 잘못이 있다. 우선 과학은 사회에 의해 심오한 차원의 영향을 받는다. 사회적 맥락이 과학 발전의 속도와 방향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례연구들이 보여주는 바에 의하면, 과학적 이론에 사용되는 모델과 이미지가 사회로부터 온 것이며 과학자가 이론의 진위를 평가할 때 사회적,정치적 고려가 개입된다. 심지어 실험과 관찰에서 비롯된 '사실'도 사회적 성격을 띠고 있어서 다른 환경에서 활동하는 다른 그룹의 과학자들은 근본적으로 다른 사실을 생산한다.
- 사회의 조직 방식과 전체적인 사회 환경은 비용의 구조와 기술변화의 패턴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점은 성과 기술변화의 관계에도 적용될 수 있다. 기존의 모든 사회는 생물학적 성(sex)의 구별을 성(gender)에 따른 사회적 역할의 차이로 해석해왔다. 여성과 남성은 전형적으로 다른 노동을 수행하는데, 노동의 성적 분업은 단순히 생물학적 차원에서 설명될 수 없다. 이러한 노동 분업에서는 남성의 활동이 여성의 활동보다 일반적으로 높게 평가된다. 남성은 '공적 영역'을 지배하는 반면 여성은 거의 모든 의사결정의 과정에서 완전히 배제된다. 우리 사회에는 아동 부양과 가사 활동과 같은 영역이 분명히 개발되어 있지만, 그것은 여성에게 상투적으로 맡겨지는 '사적 영역'에 지나지 않는다. 모성애는 입으로만 칭찬 받을 뿐, 실제로는 경제적 곤경이나 남성이라는 가족 부양자에 대한 경제적 종속을 의미한다. 이러한 사회 패턴의 원인은(동시에 결과라고도 할 수 있는데) 여성의 노무비가 평균적으로 남성의 노무비보다 훨씬 적다는 데 있다. 루드 슈르츠 코반의 중요한 논문은 여성의 노무비가 두가지 방법으로 기술변화에 영향을 미친다고 제안한다. 첫째, 고용주는 비싼 임금을 받고 노동조합 활동을 하는 남성 노동자를, 저렴한 임금을 받고 노동조합 활동을 하지 않는 여성 노동자로 대체할 수 있는 기술변화의 형태를 추구한다. 둘째, 새로운 기계의 도입 비용은 노무비의 감소에 의해 벌충되므로 저렴한 여성 노동력의 공급이 충분한 산업 분야에서는 기술변화가 늦어진다.
- 지금까지 우리는 우리 사회의 성적 분업이 기술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두 가지 방식을 간단하게 검토하였다. 첫째는 남성과 여성에게 지급되는 임금의 차이에 관한 것이었고, 둘째는 노동의 성적 분업과 관련된 개인적인 주부의 패턴에 관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법이 성과 기술의 관계를 모두 포괄하는 것은 아니다. 신시아 콕번의 논문은 "기술이 남성의 활동으로 규정된다"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노동이 성적으로 분업화된 상태에서도 여성의 활동은 상당한 기능과 숙련을 포함하고 있다. 예를 들어 뜨개질은 경험, 능숙한 손동작, 적지 않은 계산을 요구한다. 그러나 이러한 활동은 대부분 기술로 규정되지 않는다. 콕번에 의하면, "기술은 사회적 소유 관계를 반영한 것이며 남성 지배를 확립하는 공식적인 과정이다." 여성이 공학과 기술적 작업에서 제외되거나 평가절하되고 종종 여성이 기술에 대하여 자신감을 잃어버리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기술이 남성의 사회적 소유권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공적 영역에서 남성 지배의 강력한 형태를 나타낸다. 공학 분야에서 여성이 낮게 평가되는 것을 교정하기 위한 공식적 계획은 종종 "여성의 자신감을 향상시키는" 문제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남성의 기술 지배는 기술적 작업에서 여성을 의식적이고 적극적으로 배제함으로써 보장되어 왔다. 제1차 및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영국, 미국, 호주에서는 기술적 작업에 여성을 투입했지만 즉각적인 위기가 지나가자 여성은 그 작업에서 교묘하게 추방되었다. 우리가 앞에서 강조했듯이 기술은 물리적 대상일 뿐 아니라 그것을 사용하는 육체적, 정신적 노하우를 포함한다. 노하우가 있는 사람은 실제적 또는 잠재적 능력을 가지고 있다. 기술적 노하우는 높은 소득과 희귀한 일자리를 보장한다. 이것에 콕번의 주장을 연결시켜 보면 기술적 노하우를 취득하는 과정은 성적 실체를 구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어릴 때부터 남녀가 기술에 노출되는 정도가 다르고 남성과 여성은 다른 역할을 한다는 교육을 받으며 직업 시장에서 과도한 성적 분리가 존재하는 것은, 콕번이 다른 저서에서 지적했듯이, "남성을 강하고 유능하게 하며 여성을 물리적으로나 기술적으로 무능하게 하는"과정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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