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 book lover

고도를 기다리며 / 사무엘 베케트

[1] 책을 읽었습니다. 이 책은 우리가 알던 기존의 극과는 다릅니다. 황당할 수도, 흥미로울 수도, 별생각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이 책을 읽은 후 든 생각을 알려주세요. 책에 대한 감상문이 되겠네요.

 

작년 이맘때 즈음 이 책을 읽었다. 그리고 이번 수북 모임을 위해 이 책을 한 번 더 읽었다. 같은 책을 다시 읽었을 때 즐겁고 새로운 느낌을 갖게 되었던 적이 많아 조금의 기대감을 가졌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고도를 기다리며는 작년의 나와 지금의 나가 현저히 다름에도 불구하고 별 다른 느낌을 가질 수 있게 만들지 않았다. 그것은 고도를 기다리며의 특징 때문일까? 인간의 실존에 대해 묻는 희곡이기 때문에, 작년의 나와 지금의 나가 많은 부분에서 다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같은  느낌을 갖게 하는 것일까? 여전히 나는 고도를 기다리며의 두 주인공이 멍청해보였고, 이런 서사를 만든 베케트를 한 편으로는 이해할 수 있지만, 완전하게 심정적으로 동의되지는 않았다. 

 

[2] 이 책의 등장인물,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은 '고도'를 기다립니다. 오랜 기다림 속에서 그들은 왜 기다리는지, 얼마나 기다렸는지조차 잊어버린 듯합니다. '고도'를 만나면 그들 인생은 어떻게 바뀌는 걸까요? 대체 '고도'가 무엇이길래 그토록 기다리는 걸까요? 여러분 각자가 생각하는 '고도'는 다를 것으로 생각합니다. 여러분에게 있어서 기다림의 대상, '고도'는 무엇인가요?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럼 자연스레 안 써주셔도 괜찮습니다.)


작년 나는 나의 고도는 없다고 썼다. 사랑이 아니었다면 그 무엇도 기다리지 않았을거라고 했다. 그럼 지금은 어떨까. 나는 무언가를 그토록 기다리고 있을까. 나는 아마 어떤 계시같은 걸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하늘의 계시. 나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 하늘의 계시같은 것. 가만히 앉아 기다린다고 계시가 온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래서 자꾸 움직이고, 최근엔 에너지 넘치는 사람을 만나 나도 함께 에너지를 받고있다. 나에게 올 하늘의 계시는,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이 바라는 고도와는 다른 것 같다. 그들이 바라는 고도는, 그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주고, 따뜻한 방을 줄 어떤 구원자이다. 하지만 나에게 고도는, 그러니까 계시는 조금 다르다. 나는 그 계시가 날 힘들게 만들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맛있는 음식과 따뜻한 방 만을 주는 것은 계시가 아니다. 고도가 아니다. 그 계시가 다가올 날, 나는 지금껏 쌓아온 나의 세상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을지도 모르고, 그래서 어디론가 사라져버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상관없다. 그렇게 이름없는 '나'가 되더라도, 그 길이 참된 길이었다면 나의 고도에 따른 길이었다면 이름없는 '나'가 되는것 따위 무섭지 않다.

 

[3] 책장을 넘기면서 무언가 나오겠지, 진행되겠지, 반전이 있을 것이라 기대했지만, 결국 마지막 장까지 허무하게 넘겨버렸습니다. 기다림은 두 주인공에게 고통만 안겨주는 것 같습니다. 작가는 이렇게 삶이 허무하다는 것을 표현하려고 했었던 것일까요? 사람들은 태어나면서부터 고통받기 시작하고, 그 고통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죽는 것밖에 없다. 그러므로 가장 행복한 삶은 태어나지 않는 것이다. 살아가면서 무언가 나타나길 기대하고 기다리지만, 그 끝은 책이 허무하게 끝나버리듯 생이 끝나는 죽음밖에 없으므로 깊게 생각하지 말고 '대충 살아라, 하고 싶은 말, 행동 다 하면서 살아라'라고 이야기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너무나 수동적인 두 주인공과는 다르게 삶의 의미를 알아가기 위해 '고도'를 찾으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일까요? 여러분이 생각하기에 둘 중 더 바람직한 삶은 어떤 것인가요?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 책을 읽고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서 제가 적은 두 가지와 다르게 생각하신 분이 있으시다면 같이 이야기해보고 싶어요. 적어주세요.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은 왜 죽지 않는 것일까? 나무가 너무 약해서? 끈이 너무 짧아서? 글쎄, 죽을 생각이 없기 때문아닐까? 고도를 기다려야 하니까! 나는 그들이 고도를 기다리기 위해, 끊임없이 헛소리를 하고 헛짓거리를 하는 것을 단순히 수동적인 행동이라고만은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몇년인지도 모르는 그 긴 시간동안 매일 그곳에 찾아갔고 둘이 만났고, 아무것도 하지 않지만 그 자리를 계속해서 지켰다. 결국 고도가 오지 않더라도, 그들은 고도를 기다리고 염원하는 어떤 행동을 끊임없이 해왔다. 그리고 그들 스스로는 알고있다. 자신들이 고도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계속해서 기다리리라는 것을. 그렇게 그들은 그들만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