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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book lover

댓글부대 / 장강명

 

댓글부대
국내도서
저자 : 장강명
출판 : 은행나무 2015.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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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부대, 또는 장강명이 여성을 서술하는 방식]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아낸 소설이나 작가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 국가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을 읽을 때 나는 그것이 얼마만큼이나 현실과 닮아있는지 궁금해 한다. 소설을 읽는 도중에도 내가 궁금해하는 그것이 사실 별로 소용없는 일이라는 걸 깨닫지만, 여전히 나는 궁금해한다. 장강명은 유독 그 점이 두드러지는 작가이다. <표백>의 그레이트 빅 화이트 월드, 표백 세대를 우리나라의 청년 현실과 끊임없이 비교했다. <한국이 싫어서>도 마찬가지였다. <댓글부대>도 나의 그 못난 부분을 피해갈 수 없었다. ‘오유’, ‘클리앙등 실제 인터넷 커뮤니티가 등장하기도 하고, 많은 부분이 대한민국의 현실을 담았기 때문이었다. 기자와 제보자의 인터뷰 방식의 서술도 한 몫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가 대놓고 다룬 인터넷 바이럴을 통해 대한민국 국민의 의식을 개선하는어떤 공작(또는 힘?권력??)에 큰 관심이 가지 않았다. 이것이 현실과 얼마나 닮았는지 그다지 궁금하지도 않았다. 말한대로 너무 현실적이라서 딱히 더 놀라거나 생각해볼 것이 없었고, 작가가 여성을 서술하고 있는 방식에 좀 더 관심이 기울었기 때문이다. 이 소설에서 이철수는 진보 성향의 여초 커뮤니티에 대한 공격을 지시한다. 후에 북악 스카이 웨이 노인이 “1985년부터 1995년 사이에 태어난 애들. 특히 여자애들. 난 그 애들은 아주 버렸다고 생각해.” 라는 말을 직접 입에 담기도 한다. 이토록 그들은 인터넷을 지배하고, 또 현실로 나와 행동하는 2-30여성을 엄청난 권력을 이용해 짓누른다. 역설적이게도 그들이 끊임없이 원하는 것은 2-30여성이다. 그들이 원하는 여성은 아테네 여신의 모습으로, ‘빅토리아 시크릿 모델 같은 백인혼혈의 어린 소녀, ‘CF 모델 신인 여배우로 나타난다. 여기까지 못가더라도 늙고 추한모습을 했지만 그들의 성기를 열심히 빨아주는, 오직 그들의 욕망을 위해 존재하는 여성이 등장한다. 나는 이 두 그룹의 여성(응징의 대상/보상의 대상)을 보는 시선이 흥미로웠다. 응징의 대상이 되는 그녀들은 주체성을 갖고 행동한다. 누구 말마따나 설치고, 떠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녀들의 영향력은 인터넷을 넘어 현실로 뻗쳐나간다. 그 영향력이 어느정도인지 자세히 서술되고 있지는 않지만 노인과 이철수가 수억의 돈을 써서 작업을 진행하는 걸 보면 소설 속 영향력을 대강은 가늠할 수 있다. 그리고 팀-알렙은 이 여성들을 응징한 대가로, 또 다시 여성들을 보상받는다. 비단 팀-알렙의 젊은 청년들 뿐 아니라 본부장, 팀장, 이철수, 노인까지도 노력의 대가는 여성으로 그려진다.

노인은 침을 질질 흘리며 삼궁에게 소리친다.

이 늙은이를 도와주게. 우리가 태어나고 아름다운 이곳, 자랑스러운 이곳! 여기서 사랑하는 사람들이 노래를 하게 해줘! 여기서 우리 아이들이 새 꿈을 만들 수 있게 해줘! 그래주겠나?”

삼궁의 힘찬 대답을 듣고서야 그는 자리에 앉고, 빅토리아 시크릿 모델 같은 백인혼혈의 어린 소녀와 방으로 들어간다.

 

작가가 단순히 현실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화류계의 이야기를 여러 번, 자세하게 서술한 것일지도 모른다. 혹은 그가 뿌리 깊은 유슬람(유교+이슬람의 합성어)과 여성혐오가 몸에 배어 있어 여성 캐릭터를 이렇게 다루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표백>의 세연, <한국이 싫어서>의 계나를 젠더에 얽매이지 않은 생생한 캐릭터로 다룬 장강명이기에, 그리고 나는 그 소설들을 흥미롭게 읽은 ‘1985년에서 1995년 사이에 태어난 여성독자이기에, 그가 말하고자 하는 '여성을 서술하는 방식이 존재할거라 믿을 뿐이다.   

 

※ 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은 후에 서술되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