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평소에도 고민이 많은 나지만 요즘은 특히 고민에 고민이 더해져 더이상 내가 감당할 수 없는 무게로 나를 짓누르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가끔은 사는게 숨이 차다는 느낌도 받았고. 다시 심리상담을 받아야하나 생각하기도 하고, 그저 이곳에서 떠나보려 이런 저런 계획을 세워보기도 하고.. 여전히 해결된 문제는 없고 계속 답답하고 별로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만 맴돈다.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않는 나의 고민들을 이 흰 종이에 써넣고, 누군가가 그에 답장을 해준다면 나는 맘 놓고 숨 쉴 수 있을까. 글쎄, 잘 모르겠다. 나미야 잡화점은 40년의 시간을 두고 멀리서 관조하듯 바라보며 편지에 답장을 써주었기에 그런 결과가 나온 건 아니었을까. 히가시노 게이고의 잘 맞추어진 퍼즐 아래에서 환광원과 나미야잡화점이 맞물렸기에 그런 결과들을 낸 건 아니었을까. 그런 '기적'이 나에게도 나타날까.
[2] 내가 상대방의 고민을 들어줄 때 고민을 대하는 태도와 내가 고민을 말할 때의 태도는 어떠한가요?
다른 사람들은 어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내가 고민을 털어놓는 것 보다 남의 고민을 들어주는 것을 더 많이 해왔다고 생각한다. 아주 어려서부터 어른스럽다, 성숙하다, 라는 말을 많이 들어왔고 그만큼 나에게 의지하려고 하는 친구들이 많았으니까. 심지어 엄마와 아빠까지도. 최근에 나이가 어린 사람에게 어른스럽다는 말은 결코 칭찬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면서 나도 처음으로 다른 이들의 고민을 들어주던 그 때의 '나'들이 괴로운 마음을 가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그 사람들의 고민을 다 듣고 소화시킬정도로 너그러운 사람도, 성숙한 사람도 아니었는지 모른다. 지금 내가 많은 고민들에 눌려 괴로운 것도 어쩌면, 다른 사람들의 고민을 다 내 안으로 집어넣어 소화시키려했기 때문인지도.
[3] 저마다 살아가는 시대와 처한 환경이 다른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네 개의 에피소드는 삶의 바탕이 되는 중요한 문제를 짚어내고 있습니다. 네 명의 에피소드 중 가장 '자신의 이야기'와 비슷한 인물이 있습니까? 또, 이 책에서 내게 더 와닿은 부분이나 조언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각각의 에피소드 속에서 내가 요즘 갖고 있는 고민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돈을 벌기 위해 호스티스 일을 할까 고민하는 여자에서부터, 부모님으로부터 실망해 혼자 길을 떠나는 고스케의 이야기, 음악과 가업 중 고민을 하는 남자 등등. 그래서 이들 중 나와 비슷한 인물을 꼽는 것 보다는 책을 읽으며 떠오른 일 하나를 언급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3인실 기숙사에 살았다. 가끔(?) 공부가 하기 싫을때면 방을 함께 쓰던 친구들과 수다를 떨곤 했다. 그 날도 여느때처럼 수다를 떨다가 어느샌가 이야기가 우리가 가진 고민에 관한 쪽(진로나 진학에 관한 문제는 아니었다.)으로 흘러갔다. 나와 다른 친구가 먼저 이야기를 털어놓았고, 아마도 많이 울었던 것 같다. 그런데 계속 입을 닫고 있던 한 친구가 갑자기 마구 울음을 터뜨리더라. 왜 그런지 이유도 말하지 않은 채, 지금까지 우리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만 있던 친구가 갑자기 눈물을 쏟아내니 나와 다른 친구는 적잖이 놀랐던 것 같다. 그렇게 그 친구가 울음을 터뜨리며 작게 꺼낸 한 마디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지금 니들이 한 얘기, 다 내 얘기야." 라는 말. 우리 셋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함께 울 수 밖에 없었다. 그 때 내가 가졌던 마음은 어떤 것이었을까. 분명 우리 모두 겪은 일도 달랐고, 상황도 달랐지만 함께 눈물을 흘리고 모두가 내 얘기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었던 건 왜였을까. 그리고 나는 왜 이 일이 지금 떠올랐을까. 또 생각해보니, 이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는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별로 없는 것 같다. 고민이라고 생각하면 나는 으레 눈물이 나오는데, 그건 나한테만 해당되는 이야기인지 히가시노 게이고가 그렇게 생각한것인지 모르겠지만..
나미야 잡화점의 할아버지의 이야기들과 고스케의 이야기들이 마음에 남았다.
해코지가 됐든 못된 장난질이 됐든 나미야 잡화점에 이런 편지를 보낸 사람들도 다른 상담자들과 근본적으로 똑같아. 마음 한구석에 구멍이 휑하니 뚫렸고 거기서 중요한 뭔가가 쏟아져 나온 거야.
하긴 이별이란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고스케는 생각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연이 끊기는 것은 뭔가 구체적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아니, 표면적인 이유가 있었다고 해도 그것은 이미 서로의 마음이 이미 단절된 뒤에 생겨난 것, 나중에 억지로 갖다 붙인 변명 같은 게 아닐까. 마음이 이어져 있다면 인연이 끊길 만한 상황이 되었을 때 누군가는 어떻게든 회복하려 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이미 인연이 끊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침몰하는 배를 멍하니 바라볼 뿐 네 명의 멤버들은 비틀스를 구하려 하지 않은 것이다.
[4] 책 속의 주인공 생선 가게 뮤지션은 나미야 잡화점으로부터 '당신의 노력은 절대로 쓸데없는 일이 되지는 않습니다. 마지막까지 꼭 믿어주세요.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까지 믿어야 합니다.'라는 답장을 받습니다. 마지막으로, 책을 덮으면서 자신이 들었던 생각과 덧 없고 슬퍼질 때 또는 힘들어 질 때마다 주문처럼 외워볼 자신에게 할 말을 적어주세요. 짧고 굵게는 좌우명, 길게는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 중학교 때 형식적으로 쓰던 가훈, 좌우명이 아닌 진심으로 속에서 하는 말이면 좋겠습니다.)
책을 덮으면서 든 생각은, 와 역시 베스트셀러는 다르구나. 이 두꺼운 책을 하루만에 다 읽다니, 정말 재밌네. 였고, 둘째는 나도 고민을 털어놓고 싶다. 그런데 고민을 털어놓는다고 뭐가 달라지나 싶었다. 말 그대로 이 책은 '소설'이고 그 중에서도 '기적'일 뿐인데. 그런 기적이 나한테 일어날 리가 없다는 생각이었다.
덧없고 슬퍼질때마다 주문 처럼 외울말... 말은 아니고 생각인데, 나를 이 땅바닥에 두고 나의 주변을 한없이 확장해나가는 상상을 하는 것이다. 이 서울바닥, 한반도, 지구, 우주, 어쩌면 그보다 더 위 어딘가까지 나의 배경을 끌고 올라가다보면 나 자신은 한갓 작은 미물도 아닌 것 처럼 느껴지고 그럼 나의 고통이나 괴로움, 나의 존재 또한 크게 느껴지지 않아서 잠시동안은 마음이 편안해진다. 하지만 이것은 매번 마음에 새기며 열심히 살아야지! 생각하게하는게 아니라, 내 생명을 좀 더 길게 이끄는 임시처방, 심폐소생술이랄까 그런것이라 사실 별 도움이 안되긴한다. 예전에 가졌던 건 마크툽, 이미 쓰여져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나든, 이건 이미 쓰여져 있었던 거라는 생각을 오래 품고 살기도 했는데, 그렇게 생각하면서 사니 너무 고달프고 슬퍼서 그 생각은 저만치 버려버렸고.. 지금 내 상황에서는 나 자신을 다독이며 삶을 이어나가게 해주는 말이 없다. 말은 없지만, 지금은 곽진언의 음악이 그것을 대신해주고 있는것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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